산 속 순례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파트릭
파트릭은 72세. 숀 코네리처럼 생긴 이 건장한 순례자는 안시에 산다.
그는 안시 가톨릭 교구의 집사로 일하다 은퇴했다. 사실 그는 애당초 순례 같은 건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인이 그를 찾아왔다.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파트릭에게 간을 기증해주고 저 세상으로 떠난 남성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죽은 남편의 사진을 내놓으며 파트릭에게 부탁했다.
"제 남편은 살아 생전에 꼭 산티아고까지 걷고 싶어 했답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당신이
제 남편 사진을 당신 배낭 속에 넣고 순례를 해주세요. 그렇게 하면 제 남편도 당신과 함께 순례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밤마다 잠들기 전에 성경을 몇 쪽씩 읽고 자는 파트릭은 그녀의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여 순례에 나섰다.
그는 지금 자기가 두 사람 몫의 순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죽은 이의 사진을 내게 보여주었다. 내 가슴은 한없이 뭉클해졌다.
케르시 지방의 순례길
마에바. 그녀는 몽펠리에에 산다. 지금 쉰두 살. 변호사로 일했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웬만한 모델 뺨칠 만큼 매력적인 용모에 흔히 말하는 쭉쭉빵빵 몸매의 그녀는 2년 전 몽펠리에 근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며 속도를 만끽하다 가로수에 부딪쳐 무려 6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병원에서는 다리를 영영 못 쓰는 것은 물론 잘라야 될지도 모른다는 사형선고를 내렸고, 그녀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인생을 포기하다시피했다.
그러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물론 약간 절룩거리기는 하지만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다시 자신을 걷게 해준 그 누군가에게 감사하기 위해 오늘도 걷는다. 비록 하루에 단 10킬로밖에 못 걷는다 해도 그녀는 끝까지 걸을 생각이다.
하필 이때 카메라가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파트릭과 마에바의 얼굴 사진을 못 찍어서 못내 아쉽다.
하지만 나는 굳게 믿는다. 다시 그들을 순례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르 지방의 경작지. 씨앗을 뿌리기 위해 갈아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