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계신 이 순례자의 이름은 루이 스타니슬라스. 그의 아버지는
폴란드계 이민자다. 그는 지금 프랑스 북부 르 아브르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르 아브르의 한 정유공장에서 자동화공정 책임자로 일하다 은퇴했다.
그는 순례 도중 여러 차례나 나와 같은 숙소에 머물렀다.
말이 거의 없는 이 순례자는 항상 가장 먼저 일어나 조용히 아침식사를 마친 뒤 소리없이 숙소를
나서곤 했다. 그리고 젊은 아이들을 제치고 늘 가장 먼저 다음 숙소에 도착, 빨래까지
다 해놓고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의 나이는 75세. 알고보니 그는 네 번째 순례를 하고 있는 중이며, 그의 최종 목적지는 언제나 산티아고. 그러므로 4년째 매년 7백 킬로씩을 걷고 있는 셈이다.
왜 네 번씩이나 순례를 하느냐고 내가 묻자 그는 "내가 이번에도 이 먼 순례길을 걸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한지 알아보고 싶어서"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순례길 전체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해박했다.
그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아내와 결혼한지 50년.
그 사실을 안 다른 프랑스 순례자들, 특히 남성 순례자들은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들은 "어떻게 한 여자랑 그렇게 오래 동안 살 수 있어?"라고 내뱉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 순례자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구현자처럼 보였다.
그는 아마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년에도, 그리고 그 후로도 쭉 순례길을 걸을 것이며,
나는 그때마다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리고, 50년 동안 삶을 함께 해온 이 커플이 앞으로도 뭉근한 사랑을 이어가기를,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