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춘삼월에 웬 폭설이란 말인가. 봄을 알리는 새 소리가 귓가에
울려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 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
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 시에서처럼 봄은 어디서 한눈팔고 있는 것일까?
저 하얀 눈을 보면 불현듯 작년 겨울 눈을 맞으며 세상을 하직한 오규원 시인이
생각난다. 그는 보통 사람이
들이마시는 산소의
20퍼센트밖에 마시지 못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걸 앓다가 그렇게 갔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기 직전에 <한적한 오후다 / 불타는 오후다 /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라는 시구를 제자의 손바닥에 써 남겼다.
아마도 그의 시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시라면 <한잎의 여자>가 아닐까.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끄만여자
그
한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난 한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것은 아무것도 안가진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여자.
눈
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수는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여자.
한 잎의 여자 2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 원 주고 바지를 사
입는 여자,
남대문 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 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
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 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 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다는 여자,
더
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 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 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한 잎의 여자 3
내 사랑하는 여자,지금 창 밖에서 태양에 반짝이고 있네.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보네.커피같은 여자,그레뉼같은 여자,
모카골드 같은 여자,창 밖의 모든 것은 반짝이며 뒤집히네,
뒤집히며 변하네,
그녀도 뒤집히며 엉덩이가 짝짝이되네.오른쪽 엉덩이가 큰 여자,
내일이면 왼쪽 엉덩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여자,봉투같은 여자.
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자주 책 속 그녀가 꽂아놓은 한잎 클로버 같은 여자,
잎이 세
개이기도 하고 네 개이기도 한 여자.
비에 는 젖거나 우산을 펴는 여자, 바람에는 눕는 여자,
누우면 돌처럼 깜깜한 여자,창 밖의 모두는 태양 밑에 서서 있거나 앉아 있네.
그녀도 앉아 있네. 앉을 때는 두 다리를 하나처럼 붙이는 여자,
가랑이 사이로는 다른 우주와 우주의 별을 잘 보여주지 않는 여자,
앉으면 앉은,서면 선 여자, 밖에 있으면 밖인, 안에 있으면 안인 여자,
그녀를 나는 사랑 했네.물푸레 나무 한잎처럼 쬐그만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